조 장관 '개혁 책임자' 못 박고, 윤 총장에 '검찰 구태' 질책 - 한겨레
문 대통령, ‘검찰개혁’ 전면에“수사권 독립 대폭 강화된 반면
수사 방식·관행 등 개선 부족”
윤석열 총장 두번째 경고하며
‘직접 개혁 챙기겠다’ 의지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개혁 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등 앞으로 직접 검찰개혁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주말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얻은 동력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선 ‘때를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앞으로도 후속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 검찰 내외부 ‘동시 개혁’ 시동
문 대통령의 지시는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더는 개혁에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지 말라’는 경고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은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자율성과 권한을 줬는데도 검찰권의 행사 방식은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 있다고 질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총장에게 지시”라고 표현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젊은 검사, 여성 검사,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개혁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고에도 검찰이 원론적인 태도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입법 핑계를 대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한 것을 두고는 ‘개혁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그 방식은 검찰 내외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모양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개혁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외부에서 ‘수술’처럼 진행되는 일방적인 방식에 한계가 있고 저항이 거셀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주체이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인사권 통한 검찰 통제 예고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인사권 행사’를 통한 검찰 통제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공석으로 지연되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에 관한 조 장관의 건의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대검의 주요 참모는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해 인사를 하지만, 이런 관행을 깨고 앞으로 장관이 인사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검찰개혁을 지휘할 책임과 주도권이 조 장관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인 셈이다.
■ “부족한 점 반성”…특수부 축소로 전환
적폐수사 과정에서 특수부(특별수사부) 팽창을 용인했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검찰개혁의 방향을 직접수사 축소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이 특수부에 의지하지 말고 검찰 내 다수를 차지하는 검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런 방향전환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특수부의 수사 관행을 방치하다가 조 장관 수사를 계기로 방향이 바뀐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안의 시행 시기와 관련해 “당장 내용을 확정, 추진하면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확정,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이 조 장관 수사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수사가 아닌 수사 관행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연철 이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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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11:45:4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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