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께서 10월 29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고 알렸다.
강 여사는 노환으로 최근 부산 중구 메리놀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모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 경기 수원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일정을 마치고서야 부산으로 이동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오전 11시 45분쯤 문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해 강 여사를 문안했다.
오후 5시쯤 병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모친을 마주했다. 문 대통령은 2시간 가량 임종을 지키며 모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시 6분쯤 생을 마감했다. 검은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문 대통령은 병원을 나서 빈소로 이동하는 차로 향하는 내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앞만 바라봤다. 빈소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꾸려졌다. 문 대통령은 운구 차량이 장례식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들어가는 동안 운구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좌판 장사, 연탄 배달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사실상 책임져야 했던 모친과 유독 각별했다. 자서전에서 “뼈저리게 가난했던 당시의 경험을 잊을 수 없었다”며 “가난하지만 기본은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이 제게는 나침반이 됐다”고 썼다. 특히 “만져보면 아주 거친 손이지만 또 늘 따뜻했던 손으로 기억한다. 우리 어머니는 가족 생계를 오랜 세월 동안 책임지셨다”며 “여기 이 땅, 우리네 많은 어머니들처럼 그 긴 세월 수없이 많은 눈물과 한숨을 삼키셨다”고 마음을 담았다.
북한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난 강 여사는 1950년 흥남 철수 당시 월남했다.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에 있던 동생 병옥 씨를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9월 추석특별기획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남천성당에 빈소를 마련해 삼일장을 치를 예정이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 생전 강 여사 지인 등 외의 조문객은 받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직원들도 단체 조문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애도와 추모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5부 요인의 문상도 받는가’라는 물음에 “(문 대통령이) 일반인이든 (정부) 관계자든 기본적으로 조문과 조화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규정에 따르면 모친상에 따른 특별휴가를 5일까지 쓸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본인이 공식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것 말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국정) 임무는 다하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며칠간 휴가를 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 일정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달 31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회의의 경우 일정이 연기될 전망이다. 조국 정국 이후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로 관심이 집중 됐던 회의다.
청와대 또한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운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일단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평상시와 똑같이 일상적인 근무를 설 것”이라며 “혹시나 (문 대통령에게) 긴급한 상황 보고가 필요할 수도 있어, (현장에) 이에 대비한 공간확보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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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13:56: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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