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에게 “안보 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당초 예정된 30분을 넘겨 50분간 에스퍼 국방장관을 비롯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마크 밀리 미 합참 의장 등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수출규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22일 자정에 예정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한·미·일 간 안보협력도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고, 이에 에스퍼 장관은 공감을 표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일 안보협력’은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미측 입장을 배려했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에스퍼 장관이 “지소미아 관련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사안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에도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의 브리핑만 봐서는 그러나 에스퍼 장관 일행이 문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했고, 문 대통령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공감했다”는 게 동의했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어서다. 과거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이해했다”고 브리핑했지만 실제 기류는 정반대였던 일도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모두발언까지는 공개한다고 안내했다가, 실제 접견 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뿐만 아니라 미측도 동의해야 발언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그러나 에스퍼 장관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 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강하게 압박한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SCM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종료하거나 한·일 관계가 갈등·경색한다면 득을 보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와의 문답은 실제 대화 분위기가 어떠했는지에 집중됐다.
- 에스퍼 장관의 SCM 후 기자회견 발언과 달리, 청와대 브리핑에선 '일본에 협력 요청하겠다'는 정도만 있다.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 있었나.
- “일단 기본적으로 두분이 나눈 구체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다 말씀을 드릴 순 없다. 그래서 다만, 대통령의 기본 입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던 이유는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어서다. 에스퍼 장관도 미국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도 그 설명을 들었다.”
- ‘한·미·일 간 안보협력 중요하다’는 발언은 지소미아 종료와 상관없이 그렇게 하겠다는 뜻인가.
- “지소미아가 종료됨으로 인해서 한·미·일 간에 안보협력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궁금증들이 있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거다.”
- 지소미아 종료되면 미국의 추가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청와대의 대응책은 뭔가.
- “왜 추가적인 압박이 있을거라고 단정하고 가정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두분의 말에선 (한·일 간 이견이) 함께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기류가 더 강하다고 보면 되겠다. 아직은 시일이 좀더 남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정부도 이 상황이 나아질 수 있기를 당연히 바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까지) 지금 일주일 정도 시한이 남아 있는데. 일본의 변화된 입장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이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당연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제안한 한·일 고위급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에스퍼 장관의 “올해 (한·미) 공중연합연습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에 대한 북측 반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적용이 될지 안될지는 (한·미 간) 협상 결과가 나와봐야 말씀을 드릴수 있다”며 “내년으로 예정된 연례적 한·미 연합훈련 (축소)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이날 접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말했다.
이밖에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반도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하자 에스퍼 장관은 깊이 공감하며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지금의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긴밀한 소통을 위해 함께 공통의 목표를 이뤄나가자는데 뜻을 함께 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한편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해 ‘최후통첩’을 거론한 데 대해 “대화를 통해서 지혜를 함께 짜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2019-11-15 10:35:3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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