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이동국(41)이 프로축구 K리그1 우승이 확정된 뒤 진행된 은퇴식에서 참았던 눈물을 왈칵 터뜨렸다. 20년 넘게 한국 축구의 ‘대들보’, 그리고 전북 현대의 ‘레전드’로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동국은, 이제 화려했던 선수 인생을 끝마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27라운드 최종전에서 대구에 2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동국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마지막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K리그 최다 8회 우승 기록과 최초 4연패 기록을 세웠다.
전북의 우승도 뜻 깊었지만, 이날 경기는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란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전북 선수단도 이를 의식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주제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이 90분 경기를 뛸 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눴는데, 이동국이 ‘모든 걸 다 쏟아놓겠다’는 약속을 한 데다 선수들 또한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해 풀타임을 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우승 직후 세리머니 행사에서도 레전드 이동국을 위한 구단과 선수, 팬들의 배려와 응원이 이어졌다. 김민혁은 그라운드에서 인터뷰하는 이동국에게 얼음물을 통째로 뿌리며 자축했다. 세리머니 후엔 이동국의 거대 유니폼이 등장해 ‘은퇴식’의 시작을 알렸다. 동시에 전광판엔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이어진 이동국의 축구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는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의 결별을 선언했고, 관중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외 전주시와 완주군에서는 각각 ‘명예시민증’과 감사패 등을 이동국에게 수여했다. 우승 티셔츠를 입고 전북 구단 머플러를 두른 이동국은 행복한 표정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했고, 궂은 날씨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팬들은 계속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윽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이동국의 네 딸 재시·재아(13) 설아·수아(7)양과 아들 시안(6)군이 그라운드에 나와 아버지에 안겼다. 그와 동시에 전광판을 통해선 아이들이 함께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왔다.
노래 영상이 끝난 뒤 이동국은 “마지막이란 단어 자체가 슬픈 것 같아,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생각을 하고 난 뒤부터 슬프지 않았다”며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순간들이 항상 기억날 것 같다. 화려한 은퇴식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 드린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이동국은 울먹이며 “30년 넘게 축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 드리고 싶다”며 “축구선수 아버지로선 은퇴하시겠지만 새로운 삶의 동반자가 되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를 비롯한 다섯 꼬맹이들, 태어나서부터 아빠가 축구선수 삶 사는 걸 많이 이해해주고 따라준 오남매에게 감사한다. 아빠가 시간 많이 같이 못 보낸 것에 미안하다”며 “은퇴하고 더 많은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너무 사랑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전북 팬들에게도 벅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동국은 “오늘 운동장 들어오면서부터 20번 유니폼 보면서 울컥했고, 더 이상 이동국이란 20번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곤 “전북 현대에 와서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고, 여러분들을 만나서 항상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해주시고 제 편이 돼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저는 없지만 저희 선수들 뒤에서 응원해주시고 힘 넣어주시는 팬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은퇴식 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아이들의 노래가 나올 때 제 핸드폰 벨소리와 같은 곡을 불러줘서 찡했고 팬들의 기립박수에서 또 한 번 감동 받았다”며 “팬 분들이 아무도 가지 않고 은퇴식을 지켜보고 유니폼을 들고 흔들고 오늘 유난히 제 유니폼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정말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동국이형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 선수로서도 기쁘고 함께한 날들이 너무 영광스러웠다”며 “3년간 대단한 선수와 함께 해서 영광스럽고 슬프기도 하지만,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고 박수를 보냈다.
전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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