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가 새로운 카드를 빼들었다. 그동안 성적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을 다 동원했던 이들은 이번에는 '외국인 감독'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 카드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구단주가 직접 감독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한화는 지난 27일 카를로스 수베로(48) 전 밀워키 브루어스 1루코치를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KBO리그 역사상 네 번째 외국인 감독이며, 첫 라틴계 감독이다.
아직 팬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트레이 힐만이나 맷 윌리엄스처럼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했던 인물도 아니고, 현역 시절 경력도 초라하다.
현역 시절은 초라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즈(1991-94) 피츠버그 파이어리츠(1995) 텍사스 레인저스(1995)에서 다섯 시즌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내야수로 뛰었다. 1997년 독립리그인 빅사우스리그 메리디안 브레이크멘에서 뛴 것이 마지막 현역 생활이었다.
1999년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레인저스 산하 루키레벨 걸프코스트리그 레인저스 타격코치로 시작해 2001년 같은 팀 감독으로 승격했다. 이후 싱글A 클린튼(2003-05) 베이커스필드(2006-07) 감독을 맡았다.
200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더블A 버밍엄 감독을 맡았고, 이후 다저스로 적을 옮겼다. 싱글A 인랜드 엠파이어(2009) 더블A 채터누가(2010-12) 싱글A 란초쿠카몽가(2013)를 이끌었다. 이 기간 켄리 잰슨, 페드로 바에즈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2014년 브루어스로 팀을 옮겨 2년간 더블A 감독을 맡았다. 특히 2015시즌 홈구장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시즌 초반 54경기를 모두 원정경기로 치르는 고된 일정을 치렀음에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올해의 마이너리그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마이너리그에서만 949승 973패를 기록했고, 일곱 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베테랑 지도자다. 2015년에는 유망주들의 연합 리그인 애리조나 가을리그 서프라이즈 사구아로스 감독을 맡아 19승 11패를 기록, 팀을 리그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외부 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감독을 맡았고, 2006년에는 레오네스를 이끌고 캐리비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33세의 나이로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2019년에는 프리미어12에서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도 맡았다.
2015년 12월 브루어스 메이저리그 코치진에 합류했다. 그해 브루어스는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다. 시즌 도중 론 로니키 감독이 사임하고 크레이그 카운셀이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16년부터 4시즌동안 1루 겸 수비코치로서 카운셀 감독을 보좌했다. 밀워키는 바닥을 치고 올라와 2018년에는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당시 데이빗 스턴스 사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베로는 우리 구단에서 정말 엄청난 일을 해왔고, 지난 4년간 가치 있는 활약을 보여줬다. 이 기간 팀에 일어난 여러 좋은 일들에 기여했다. 그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한다. 그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 약간은 다른 목소리를 원했다"며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목소리를 원했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감독이나 코치를 자를 때 구단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후 밀워키는 제이슨 레인 보조타격코치를 1루코치로 승격시켰다.
40대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지만, 다른 노장 감독들 못지않은 경험을 축적했다. 루키레벨부터 더블A까지 다양한 레벨을 경험하며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코치로서 리빌딩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경쟁하는 모습까지 모두 함께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겪었다.
한국프로야구는 취약한 선수 육성 구조상 메이저리그급 선수부터 심할 경우 싱글A 수준 선수까지 한 팀에서 같이 뛰기도 한다. 그해 갓 드래프트에서 뽑힌 신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때도 있다. 그만큼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다양한 레벨의 야구를 경험한 수베로라면 이를 잘 이해하고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수베로는 밀워키 코치진에서 유일하게 에스파냐어를 구사할 수 있는 코치였다.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한화에서는 이것이 얼마나 큰 가치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한화가 라틴계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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