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기는 몸 안 풀어요?”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7회. 수비를 마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투수코치, 배터리 코치를 찾아갔다.
양의지는 8회 수비 때 빠른 공을 갖춘 투수가 투입되는 것이 낫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적임자로 4차전 선발이었던 송명기를 지목했다.
당시 NC는 4-2의 근소한 리드를 유지 중이었다. 남은 두 이닝을 막으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혹시라도 모를 7차전 승부를 고려해야 했다. 마이크 라이크라는 선발 카드를 이미 6회에 꺼내들었기에 송명기를 선뜻 내긴 쉽지 않았다.
양의지는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8회에 나올 투수가 애매했다. (김)진성이 형이 지쳐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기고 있으면 내일이 없다. 다 쏟아 부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의견을 냈는데 명기가 잘 던져서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도 송명기의 투입을 고민하긴 했다. 김진성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는 것 역시 구상에 있었다. 두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싸우던 중 양의지의 한 마디가 이 감독의 생각을 정리해준 것이다.
이 감독은 “양의지가 먼저 송명기 이야기를 묻더라. 왜냐고 물어보니 ‘빠른 공 투수가 던지면 좋겠다’더라. 김진성과 송명기 중 고민했었는데 포수의 이야기를 믿고 가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결과는 NC의 바람대로 맞아 떨어졌다. 송명기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에 NC는 한 이닝을 더 지웠다. 마지막 9회를 마무리 원종현이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NC는 꽁꽁 감춰뒀던 집행검을 꺼낼 수 있었다.
이 일화는 능력 있는 포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듯하다. 실제로 투구를 받고, 타자들을 유심히 관찰한 포수의 한 마디는 벤치의 고민을 단번에 덜어줬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이 감독과 NC 코칭스태프의 대처다.
선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권한인 만큼 그냥 흘러들었어도 될 일이다. 송명기가 난조를 보였다면 모든 비난은 감독과 투수코치에게 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포수의 감을 믿기로 했고, 나아가 뒷이야기까지 공개하면서 그 공을 선수에게 돌아가게 했다.
자칫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긴박한 순간에 선수는 자신의 견해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감독은 선수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NC의 창단 첫 우승에는 수년 간 켜켜이 쌓인 수평적 팀 문화도 분명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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