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ㆍ정의ㆍ진리가 고려대의 이념입니다. 인재발굴처(입학처)에 계신 분들도 이 세 단어의 무거움 잘 알고 계실거라 믿습니다”(박민준ㆍ고려대 독어독문학과)
23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라는 피켓을 든 학생들이 모였다. 집회 시작 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텅 비어있던 광장은 6시가 넘어가자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로 채워졌다. 대부분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ㆍ30대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었다.
‘정치색 배제’ …“입학 의혹에 대해서만 진상규명 요청”
집행부 등은 거듭 “이번 집회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집회가 아니”라며 집회에 정치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집행부를 지원했던 학생 중 과거 정당 가입 기록이 있는 사람은 자진해서 빠졌다”며 “오늘 지급한 물품들도 집행부원들의 사비와 학우들의 물품 협찬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투명성 문제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후원금은 받지 않았다.
집회는 비교적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고려대의 응원가인 ‘민족의 아리아’ ‘포에버’ 등을 불렀다. 가수 싸이의 ‘아버지’, 그룹 god의 ‘촛불하나’를 부르는 ‘떼창’도 이어졌다. 당초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집행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촛불을 휴대전화 불빛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휴대전화 불빛이 모여 해가 진 이후 조명이 없어 어두웠던 광장을 밝혔다.
집회부는 “저희가 총학생회도 아니고, 집회를 많이 준비해본 경험이 없다. 미숙해도 이해해달라”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학생들은 그때 마다 박수로 화답하며 지지를 보냈다.
"정의라고 믿었던 원칙은 허상에 불과했나"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학생들은 조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느낀 분노와 허탈함을 표출했다. 집행부 소속 이일희(보건정책관리학부 11학번)씨는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그 친구와 저는 한 학기동안 같은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또래 친구였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저를 멍하게 만들었다”며 “정녕 우리와 그들의 노력은 무게가 다른 것입니까. 우리가 정의라고 믿었던 원칙은 돈과 지위 앞에선 허상에 불과했던 것입니까”라고 토로했다.
박민준(독어독문학과 14학번)씨도 “오늘 우리가 왜 여기에 모였는지 앞으로도 계속 기억해달라”며 “올해 수능이 정확히 83일 남았는데, 수험생 여러분들 동요하지 않고 꿋꿋하게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문 훼손한 '제1 저자' 등재 가장 화나"
이모(24)씨는 “저는 고려대에 오기위해 재수를 했고 정시ㆍ수시를 포함해 여기만 4번을 지원했다”며 “나는 무엇을 위해 1년을 낭비했는가 하는 마음에 화가났다”고 말했다. 홍모(26ㆍ기계공학과 대학원)씨는 “2주 인턴십을 한 고등학생이 논문에 ‘제1저자’로 들어간 부분이 제일 화가 났다”며 “열심히 대학원 논문을 쓰는 중인데 이런 모습에 화가 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다시 연구실에 돌아가서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19-08-23 13:32:45Z
https://news.joins.com/article/2356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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