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국회, 100만 촛불 '검찰개혁' 외침 직시해야 - 한겨레
‘국민주권’ 훼손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
중앙지검 앞 ‘촛불 민심’ 의미 새기길
국회, 연내에 공수처법 등 입법 끝내야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거대한 촛불이 타올랐다. 규모로 보면 3년 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범국민적 촛불시위에 버금갈 정도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물론이고 정치권도 이 촛불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직시하길 바란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국민주권 원칙을 훼손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가 아닌지 엄중하게 돌아봐야 한다. 또 수사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행태와 부당한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회 정의’를 명분으로 내건 어떤 방식의 수사도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넘어서려는 순간 검찰의 기득권 보호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이제라도 깨닫길 바란다.
28일 저녁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규모가 수십만인지, 100만인지 또는 200만을 훌쩍 넘는지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애초 10만명 정도라던 주최쪽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촛불집회 이튿날인 29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관한 입장문’을 내어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겠다”고 밝혔다. 조국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집회 참여 인원이 예상을 크게 웃돈 것은, 그만큼 검찰 수사가 ‘정치적이고 과도하다’는 인식이 많은 국민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장관 인준 절차를 무력화하고 상관인 법무부 장관 적격 여부를 판단하려 한 ‘오만과 월권’에 있다 할 것이다. 검찰은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합의한 무렵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고,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후보자 부인을 단 한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불구속 기소했다. 조국 후보자에게 ‘더이상 버티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는 강한 압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가 검찰에 법무부 장관 임명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주었는가. 만약 혐의가 있다면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국민 평가가 내려진 이후에 수사에 들어가는 게 맞았을 것이다. 서초동 촛불은 검찰의 무소불위 행태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비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조국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지 벌써 한달 넘게 지났다. 검찰 공식 발표가 없어 자세한 내용을 알 순 없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조 장관 부인의 사모펀드 실소유 의혹과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아들·딸의 인턴 증명서 의혹 등이 지금까지 나타난 주요 혐의로 보인다. 이들 하나하나가 사실이라면, 그 책임은 가볍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번 수사가 조국 장관이나 부인의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동원해 한달 넘게 수사한 내용이 부인과 아들·딸 등 가족 관련 사안이라면, 그것이 과연 장관 임명의 결격 사유로 볼 수 있는지, 또 그런 식으로 공직 후보자 가족을 탈탈 털어 ‘혐의’를 밝혀내는 걸 용인하면 검찰총장을 포함해 어느 고위 공직자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국민적 비판과 수사에 대한 불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에 입법으로써 답을 해야 한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였다는 점을 국회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들 법안은 10월27일 이후에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상된다. 비대한 검찰 권한을 제어하기 위해선 제도적 입법이 필수적이며, 여기엔 여야 정치권의 이해가 다를 수 없다고 본다. 국회는 올해 안에 검찰개혁법안 입법을 마무리함으로써 국민의 강렬한 검찰개혁 요구에 응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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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08:30: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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