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마주앉는 북미…실무협상서 “새 계산법” 찾을까 - 한겨레
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
미 ‘완전한 비핵화 정의·로드맵’ 요구
실무협상 일정엔 합의했지만
회담 성격·제재 문제 등 이견 여전
트럼프 탄핵정국 새 변수로
악수하는 북미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북-미가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1일 발표가 나오면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 이후 7개월 동안 멈춰서 있던 북-미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북한은 9월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북-미 실무협상 재개’ 뜻을 발표한 데 이어,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9월16일), 김명길 실무협상 대표 담화(9월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9월27일), 김성 유엔주재 대사 연설(뉴욕시각 9월30일·한국시각 1일) 등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조미(북-미) 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재차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김성 대사의 연설에 뒤이어 ‘실무협상’ 일정이 발표됐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해임과 ‘리비아식 해법’(선 핵포기·후 보상) 공개 비판, “새로운 방법”(new method) 언급으로 북한에 청신호를 보냈지만, ‘새로운 방법’의 구체적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마침내 실무협상 일정에 합의했지만, 북-미가 그동안의 물밑 접촉 등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김성 대사의 30일 유엔 연설을 봐도 아직 북-미 간 견해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실무협상이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4일 예비협상을 먼저 하고, 5일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일정표를 내놓은 것도 예비협상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맞춰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사이에는 비핵화 방식, 제재 문제, 실무회담의 성격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여일 동안 ‘화자’를 바꿔가며 이례적으로 이어진 4차례의 담화와 1차례의 연설을 통해 북한은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최종상태)와 로드맵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해제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특히 제재 문제에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한-미 군사연습 조정이나 종전선언 등 군사·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해제는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무협상의 성격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예비회담 성격으로 규정한다. 반면,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알파(기타 시설)의 폐기’ 비핵화 조처와 일정 정도의 안전보장 조치를 주고받는 성과(조기 수확)에 먼저 합의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탄핵 정국’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외교 성과가 더 절실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하게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북한을 향해 유연한 신호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이런 상황을 활용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전례 없이 공을 들여 준비를 해온 점은 청신호다. 홍민 연구실장은 “북한은 9월9일 실무협상 재개 발표 이후 5차례의 담화·연설을 통해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면서 차근차근 협상 준비를 해왔다”며 “연내에 북-미 정상이 만나서 서명까지 할 수 있는 결과물을 실무협상에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짚었다.
박민희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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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2:19:1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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