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는 한겨레 11일자 1면 기사가 한겨레에 역풍으로 돌아왔다. 한겨레는 검찰이 윤중천씨의 진술을 덮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으나 실상은 한겨레의 무리한 보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국면에서 줄곧 조국 장관 측 입장을 대변해 온 방송인 김어준씨조차 “윤중천씨의 거짓말”로 이번 사건을 정리했다.
올해 4월~6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을 맡아 윤중천 씨 성접대 의혹을 수사했던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수사권고가 넘어올 때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넘어왔다. 일방적인 청취 보고인데 거기 한상대·윤갑근 등과 함께 윤석열이란 이름이 언급돼 있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위원 중 한 명이 윤중천과 차를 마시면서 작성한 건데 정식 조사 보고서가 아니다. 그냥 소파에 앉아서 ‘당신 법조인 많이 알지’라고 물어보니까, 자랑삼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지검장은 “윤중천이 유명한 법조인들을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며 언급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안다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되어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며칠 후 윤중천을 불러서 그 부분을 묻는데, 윤중천은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1차 수사 당시 압수한 윤중천의 휴대폰 연락처에 1000명 가까운 사람의 이름이 있었지만 윤석열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이 타사 기자들을 종합취재한 결과 그들 또한 여 지검장의 주장과 유사한 취재결과를 공유하고 있었다.
JTBC의 한 기자는 “윤중천씨가 근거 없이 떠드는 걸 누군가 들었고, 과거사위는 최종 발표 당시 근거가 없어서 뺀 건데 뒤늦게 (한겨레가) 이걸 보도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거사위도 윤석열이란 이름을 덮으려 했다는 건가”라며 한겨레 보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 과거사위 권고 관련 검찰 수사단은 11일 “과거사위도 지난 5월29일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조사·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선 아무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BN의 한 기자는 “윤중천씨가 2013년에는 윤석열 이름을 한 번도 안 꺼내다가 갑자기 이번에 이름을 꺼냈다고 하는데 구체적이지도 않고 횡설수설해서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중천씨를 직접 만나며 김학의 사건을 취재했던 한 중견기자는 “애초 경찰이 윤중천을 탈탈 털고 있을 때부터 윤석열 이름은 없었다. 윤중천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하고 허언하는 사람이다. 법무부 과거사위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공식 보고서에 남길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수개월 전 조선·중앙일보도 취재했던 사안이지만 쓸 수 없었던 내용이다. 그만큼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유력언론사 고위관계자는 “한겨레 보도 이후 우리가 취재한 결과를 놓고 보면 한겨레 기사는 무리였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한겨레 기사를 두고 “해당 보도는 완전한 허위 사실이고, 윤 총장은 윤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며 “검찰총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근거 없는 음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증한 뒤 사실무근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요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허위의 음해 기사가 보도되는 건 대단히 유감”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청와대로서는 이번 의혹이 사실일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검증’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셈이어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 기자들도 ‘역풍’에 난감한 분위기로 보인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밤사이 기사가 들어갔다. 편집국장과 일부 에디터만 판단했을 것이다. 편집위원회가 판단한 건 아니다. 한겨레가 한겨레21 게이트키핑을 인정하고 신문에 실었다고 해도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겨레 기자는 “보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콘텍스트가 문제다. 정치적 목적으로 기자에게 부탁해서 그 기사가 쓰인 것이라면 큰 문제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보도한 것과 같은 것으로 사람들에게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의 다른 기자는 “참담하다. 안팎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기사가 나간 게 이해가 안 간다.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어영 기자는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씨의 원주 별장에 들러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있었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고, 이것에 대해 추가 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는 것 또한 다른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사는) 윤석열 총장이 접대를 받았느냐보다 조사 자체가 없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윤중천씨 진술을 ‘덮었다’는 기사 제목이 신빙성을 갖기 위해선 추가적인 사실관계와 정황증거가 담긴 후속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한겨레가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를 위해 부실한 게이트키핑 속에 무리한 보도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한겨레 보도를 두고 한 진보성향 언론사 편집국장은 “한겨레 기사는 2013년 조선일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보도를 연상케 한다. 지면 배치 위치까지도 똑같다. 한겨레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2019-10-11 07:18: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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