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모두 탈환된 상황서 구심점 마저 사망
후계 구도도 흐릿
재건 의지 과시하기 위한 테러 가능성은 남아
이슬람국가(IS)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공격에 의해 사망하며, 2014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IS 격퇴전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 한 사람에 대한 ‘추종’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특성을 고려하면 알바그다디 사망으로 IS 재건에 필요한 최후 동력까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 어느 정도 규모의 잔당 세력이 어떤 국가에 포진하고 있는지 불확실해 추가 테러 가능성은 얕잡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망 불과 한달 전인 지난 달 16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는 “행동하라”는 제목의 오디오 메시지를 공개하고 “형제 자매를 구하고 그들을 가둔 감옥 벽을 부수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밝혔다. 국제연합군의 공세에 밀리고 있던 지난해 8월에도 그는 “포기하지 말라”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조직 재건’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반면 IS 영향력은 3~4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쇠락한 상황이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 Markit에 따르면 IS 점령 지역은 2015년 1월 기준으로 포르투갈 영토 크기와 맞먹는 9만800㎢였다. 이는 2017년 약 6만㎢로 줄었다가 국제 연합군이 이라크와 시리아 요충지를 대거 탈환한 후 2018년 6,500㎢로 90%가량 크게 줄었다. 올해 2월엔 50㎢로 한때 중동에서 국가 급 덩치로 발호했던 세력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빈털터리가 된 상태다.
다만 최근 복잡해진 시리아 상황은 IS로선 재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선언하자,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침공했다.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시리아에서 IS가 다시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지난 13일 시리아민주군(SDF)이 잡아뒀던 IS 포로 785명이 수용시설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타이밍에 조직 재건을 주문해온 지도자의 사망은 추종세력 재규합을 위한 움직임을 둔화시킬 결정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 내 근거지를 오래전 탈환 당한 상황에서 신적 존재로 추앙됐던 지도자 마저 미군에 사살됐다면, 잔당 세력 규합을 위한 모멘텀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2011년 5월 사살되자, 지도부가 와해되며 조직 자체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도부를 먼저 제거하는 게 테러 조직 와해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깨달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기간 내 알바그다디 제거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한다.
IS 지도부의 후계 구도도 명확하지 않다. IS는 지난해 7월 “최고 지도자(알바그다디)의 아들 후다이파 알바드리가 시리아 정부군과의 교전에서 전사했다”고 밝혔다. IS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은 올해 8월 “알바그다디가 이라크인 압둘라 카르다시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좀처럼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추종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선전ㆍ선동 전술에 능했던 알바그다디의 정치력을 후계 조직이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IS 세력이 갈 곳을 잃었다고 IS에 의한 테러 위험도 사라진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영국 BBC가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영토 대부분을 잃어버린 2018년 1월에도 IS는 300건에 가까운 테러를 자행했다. 같은 해 9월엔 450여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1월까지도 200여건의 테러가 IS 세력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 IS 재건 의지를 전 세계에 내비치기 위한 잔당 세력에 의한 과시용 테러가 자행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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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12:05: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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