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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구매 시도 속출ㆍ알바생 고용 약국까지… ‘마스크 5부제’ 첫날 - 한국일보

중복 구매 시도 속출ㆍ알바생 고용 약국까지… ‘마스크 5부제’ 첫날 - 한국일보

 5부제 시행 첫날, 1ㆍ6년도 생만 구매 가능 
 대기 줄 감소했지만 여전히 마스크 구매 ‘하늘의 별 따기’ 
 약사들 “약 제조에 마스크 판매 병행까지 업무부담 커져” 
[저작권 한국일보]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승엽 기자

“30분 전에 다른 약국에서 이미 마스크를 산 걸로 확인되네요. 5부제 시행으로 일주일에 2장씩만 살 수 있어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약국. 30대 손님이 이미 마스크를 구매한 사실을 약사에게 들키자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약국을 빠져 나갔다. 약사 신모(45)씨는 “오늘 오전에만 벌써 3명이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걸려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1인당 마스크 구매가능 수량을 2장으로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가 이날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마스크 수요가 분산된 효과에서인지 평소와 같은 극심한 ‘마스크 대란’은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요에 견줘 공급이 모자란 탓에 5부제 시행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헛걸음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현장에선 일부 시민이 중복 구매를 시도하다 적발되거나 5부제 기준을 착각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잇따르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이날 본보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약국 10곳을 둘러본 결과 5부제 시행 전보다 마스크 구매는 한층 수월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만 해도 5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선 강남역 근처의 한 약국엔 이날 대기인원이 10여명 안팎으로 줄었다. 월요일인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 1ㆍ6년생에게만 마스크 판매가 허용됐다.

회사원 최명호(29)씨는 “지난주 금요일만 해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왔는데도 15분 만에 마스크를 구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박세진(19)씨도 “학원 가는 도중 약국에 들렀는데 다행히 마스크가 남아있었다”라며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득템’한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마스크 구매 대기줄이 줄긴 했지만 마스크 품귀 현상은 여전했다. . 역삼동 일대 약국 모두 판매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마스크가 동이 났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중 마스크가 전부 매진돼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구하려던 직장인들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회사원 김진명(34)씨는 “입고시간에 맞춰 약국에 가지 않으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5부제를 해도 마스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저작권 한국일보]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약국 앞에 5부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5부제가 처음 시행되는 탓에 여러 시행착오가 속출하기도 했다. 대리 구매 대상자(만10세 이하, 만80세 이상)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강남역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양모(60)씨는 “1936년생 노모의 마스크를 대신 구입하러 나왔다가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다 해 발급 받아 다시 왔는데 그새 매진됐더라”라며 “처음 (약국에) 왔을 때는 맨 앞줄에 서있었는데 아쉽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온라인 주민등록등본 발급이 가능한 정부민원처리 사이트 ‘정부24’는 이날 한때 접속자가 몰리며 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했다. 약사 박모(37)씨는 “5부제 기준을 생년일자로 착각해 생일 끝자리가 1일이나 6일인 손님 10명 이상이 헛걸음을 했다”며 “보다 확실한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 마스크를 구매한 뒤 다른 약국에서 다시 마스크를 사려다 중복확인 시스템에 적발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약사 김모(35)씨는 “이미 마스크를 산 손님 중엔 안 샀다고 우기는 분들도 많았다”며 “그런 분들에게 구매이력이 다 남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세진(39)씨는 “약국에서 마스크 입고가 안 됐다고 해 번호표만 받고 근처 다른 약국에 왔는데 이미 구매한 것으로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번호표를 찢을 테니 여기서 사면 안되냐고 사정했지만 이미 시스템에 등록돼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아쉬워했다.

더구나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다르다 보니 이에 따른 혼선도 있었다. 이에 세종정부청사 인근 약국들은 ‘마스크 예약제’를 실시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확실치 않은 만큼 손님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약사들도 업무 고충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본연의 약 제조 업무에 마스크 판매 업무까지 병행하려니 업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약사 신모씨는 “마스크 때문에 하루 2시간만 마스크 판매 줄을 관리하고 2매씩 포장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라며 “매출도 줄었는데 인건비 부담도 늘어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약국 앞에 공적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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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9 07:38:3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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