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동료들 증언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인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씨가 대학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을 역임하면서 교정을 받지 않고 학보를 발행하는 등 독단적 행동으로 국장직을 파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인천의 한 공업전문대 정보통신과에 재학하면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다. 2014년 수습기자로 선발돼 이듬해인 2015년 1학기까지 정식 기자로 다수 기사를 썼다. 조씨는 2014년 11월 대학신문 격인 학보에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의 칼럼 기사를 쓰면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해당 학보사의 편집국장직을 맡아 학보 지면을 꾸리고 학내 기자들이 작성한 기자를 교정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편집국장이 학보사 내부 선출 과정을 통해 선발되긴 하지만, 교우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후배이자 해당 학보사의 또다른 편집국장 출신인 A씨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말이 많지는 않은 타입이지만 자기 주장이 강해 당시 학보사 동료들과 자주 갈등을 빚었던 걸로 안다”며 “일부 선배들 사이에서는 ‘조주빈이 오면 (학보실) 문도 열어 주지 말라’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학보사 여자 후배들에게는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시켰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독단적 행동으로 편집국장직을 파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장직에 오른 이후 학보를 주관하는 교수에게 교정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지면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씨는 자신이 사용했던 학보사 내 컴퓨터와 문서를 전부 포맷하거나 파기해 현재 조씨에 관해 남아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고 당시 학보사 동료들은 전했다. A씨는 “조씨가 당시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나가 당시 독자 발행했던 학보 자료 등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고교시절에는 말 수가 많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 활동 사실을 스스럼없이 알리는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학보사 편집국장과 봉사활동 팀원으로 지내며 탈바꿈했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다.
활달한 성격의 조씨는 고교시절 3년 내내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다만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하언어를 사용하는 등 주변인들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조씨의 한 고교 동창은 본보에 “조주빈과 ‘홍어’(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 같은 단어를 쓰는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며 “수학여행에선 이런 용어 등을 사용하며 한 친구와 다투다 조주빈 이가 부러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에는 면모가 크게 바뀌었다고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대학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조씨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대학 내 봉사동아리 단원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시설은 물론 보육원에서도 봉사했다. 지난해 11월 한 보육원 연말 운동회가 열렸다는 내용의 인터넷 매체 기사에는 조씨가 “여러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나 역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인터뷰한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경찰은 24일 오후 신상정보공개 심의회를 열고 ‘박사’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조씨 및 대화방 참여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44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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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4 06:45:0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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