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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는 법 가르쳤다?'…고등축구 '고의 패배' 논란, 두 감독은 '억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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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대한축구협회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대한축구협회

 
고교축구에서 '고의 패배' 논란이 일어났다.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조별리그서 지지 않으려는 두 팀 경기 논란
대한축구협회 "18일, 공정위 소위원회 열어 징계"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경남 함안에서는 '제25회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가 개최됐다. 6일 열린 A팀과 B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나왔다. 전반 40분까지 두 팀의 슈팅 합계는 0개. 후반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백패스를 했고, 공격 숫자가 많을 때도 공을 뒤로 돌렸다. 수비수 마크가 없는 공격수에게 패스도 하지 않았다.
 
결정적 장면은 후반 6분, B팀 공격수가 A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을 때였다. 공격수는 슈팅을 하지 않고, 공을 툭 건드리며 골키퍼에게 내줬다. 골을 넣을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B팀이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넣는 장면도 놀라웠다. 후반 17분 B팀 골키퍼가 골킥을 했고, 공은 하프라인 넘어 B팀 공격수에게 갔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A팀 전원이 하프라인 위쪽에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진영에 단 한 명의 수비수도 없었다. A팀 골키퍼가 달려와 어설픈 헛발질을 했다. B팀 공격수는 공을 잡아 빈 골대로 공을 집어넣었다.
 
골을 넣은 공격수는 기뻐하지 않았다. 두 팀 감독은 "공격하지 않을 거면 수비는 왜 하나?", "왜 우리 팀 전술 가지고 뭐라고 하나?"라며 언쟁했다. 결국 B팀이 1-0으로 이겼다.
 
경기 후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다. 두 팀이 서로 지기 위해 경기를 했다는 의심이 증폭됐다. 학생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졌다. 이 경기를 축구인 출신 전문가가 분석했다.
 
"전반은 패스를 돌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후반에도 두 팀 모두 공격 의지가 없었다. A팀 수비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B팀이 득점 찬스를 잡았는데도 대충 플레이를 했다. B팀은 공격이 3명이고 수비가 1명이었는데 백패스를 하더라. 득점 장면도 분명 문제가 있다. 골킥 후 수비수 한 명도 없이 공격수 한 명과 골키퍼 한 명이 남았다. 서로 이기지 않으려는 하는 느낌이 들었다." 
 
두 팀은 왜 비정상적인 경기를 했을까. "우승 후보인 C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당시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둬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이 경기는 조 1위 결정전이었다. 조 1위 팀이 16강을 통과해 8강에 오른다면 C팀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B팀이 조 1위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무학기 대회에 참가한 한 감독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8강에서 C팀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가 많았다. A팀은 C팀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주변에서는 'A팀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며 의아해했다. 양 팀 지도자가 다 그런 주문을 한 것 같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징계를 받지 않으면 웃긴 거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될 일이다."  
 
한 축구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이 경기만 하는 게 아니다. 대학을 가고, 프로에 가야 한다. 강팀을 꺾고 우승을 해야 진정한 강팀이다. 벤치에서 지시가 내려오니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 진실은 선수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16강에 진출한 두 팀의 최종 성적은 어땠을까. A팀은 8강에서 탈락했다. B팀은 4강에서 탈락했다. 두 팀이 애써 피하려 했던 C팀은 16강에서 탈락했다.
 
A팀과 B팀 감독은 "상대가 비정상적으로 나왔다"고 항변했다.  
 
A팀 감독은 "우린 16강에 올라간 상태였다. 3학년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시킬 이유가 없었다. 저학년 선수들이 뛰다 보니 느슨해진 부분이 있었다. 이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선수들에게 골을 많이 넣어 이기자고 했다. 그런데 상대가 노골적이었다. 일대일 상황이 됐는데 툭 주더라.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싶어서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는 노골적인 백패스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해할 수 없는 실점 장면에 대해 A팀 감독은 "골 먹는 장면은 너무 웃긴 상황이었다. 그동안 올라오지 않았던 상대 공격수가 나타났다. 다들 깜짝 놀라서 얼어버렸다. 우리 골키퍼가 걷어내려고 튀어나왔는데, 그 장면만 보면 헛발질을 한 것 같이 보인다"라며 "영상을 자세히 보면 경합 상황에서 상대가 공을 건드렸다. 골키퍼가 실수한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팀 감독은 "우리의 수비 숫자를 줄인 상태에서 골키퍼가 나와 있었다. 이 상황 하나만으로 '독박'쓰게 생겼다. 수비하지 않고, 골을 허용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면 문책받는 게 맞다. 하지만 상대가 일대일 찬스에서도 골 넣을 의지가 없어 우리가 더 공격적으로 골을 넣으려는 상황이었다. 모든 상황이 우리가 '작업'한 것처럼 되니까 억울하다"며 "너무 큰 실수다. 겁도 난다. 지금까지 소신껏 열심히 해왔다. 징계를 받거나 피해를 받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항변했다.
 
B팀 감독은 "우리 목표는 처음부터 16강, 8강이었다. 우승을 노린 게 아니다. A팀은 C팀을 피하려 한 것 같다. 저학년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며 "전반 10분부터 경기가 이상해졌다. 상대가 수비하지 않았다. 골키퍼도 자꾸 올라오는 등 이상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뛰기 싫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비 중심적인 스타일이다. 전통이 있고, 전력이 좋은 A팀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는 게 맞나"라고 되물었다. 
 
결승 골을 넣고도 기뻐하지 않는 선수에 대해서도 B팀 감독은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아이들도 화가 났을 것이다. 상대가 정상적으로 수비하지 않으니 그랬던 것"이라며 "우리를 무시한 것 때문에 매우 기분이 나빴다. 상대 팀 때문에 우리 선수들의 의욕이 없어진 거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정당당하게 뛰라고 가르쳤다. 우리는 당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회는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주최 대회다. 축구협회는 '고의 패배' 논란을 파악한 뒤 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B팀을, 13일 A팀을 조사했다. 축구협회는 "해당 경기 감독관이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었고,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져 보였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두 팀이 모의해 한 팀이 이익을 받는 '승부조작'이 아니라, (서로 짜지 않은) 언페어 플레이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18일 공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이 건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용재·김희선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August 18,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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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는 법 가르쳤다?'…고등축구 '고의 패배' 논란, 두 감독은 '억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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