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8년 창단된 클럽 웰시풀(Welshpool) FC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웨일즈의 축구 1부리그인 웰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웰시풀은 2005~06시즌 클럽 역사상 최고 순위인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웰시풀은 1부 리그에 계속 잔류하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투자가 필요했다. 이에 스폰서인 테크노 그룹(Techno group)의 상호를 클럽 이름에 포함하는 혁신적인 결단을 내렸다. 웨일즈 축구협회도 이러한 이름 변경에 동의함으로써 이 클럽은 ‘테크노 그룹 웰시풀 FC’이란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2011년 스폰서십 계약이 만료된 후 이 클럽은 원래의 이름인 웰시풀로 돌아갔다. 결국 재정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순수 아마추어 클럽으로 변모했다.
유럽에서는 스폰서의 명칭이 프로축구 클럽 이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이 클럽은 한발 더 나아가 이듬해인 1997년 기존의 이름은 아예 없애고, 스폰서의 이름으로만 구성된 ‘토탈 네트웍 솔루션 FC’로 탈바꿈했다. 스폰서의 이름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프로 축구팀이 유럽 최초로 등장한 것이었다. 아무리 유럽 축구의 변방인 웨일즈라 하더라도 이는 혁명적인 변화였다. 이에 호사가들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축구협회가 이러한 이름을 허용한 배경에는 규모가 크고, 유명한 클럽들이 새 축구장의 이름을 스폰서에게 파는 것을 허용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1945년 창단한 스코틀랜드의 스털링 알비온(Stirling Albion) FC는 1970년대 이후 주로 3부 혹은 4부리그에 머문 클럽이었다. 2009년 스털링의 서포터스들은 당시 구단주에 대한 불만과 팀의 미래를 걱정하며 클럽을 소유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국 스털링은 팬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스코틀랜드 최초의 프로클럽이 되었다.
클럽의 주인이 된 서포터스들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클럽의 이름을 스폰서에게 5년 동안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던 이러한 계획은 스코틀랜드 축구협회에 의해 무산되었다.
이에 서포터스들은 “이러한 혁신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클럽의 미래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시적인 이름 변경과 클럽이 아예 사라지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현명한 결정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스폰서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래의 클럽 이름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협회는 “축구의 고결성(integrity)을 강조하면서 클럽 이름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웍스팀(works team, 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창단된 팀)에 회사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불허한 전력이 있는 스코틀랜드 축구협회가 스폰서 이름을 클럽 명에 넣는 건 더더욱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 대륙 클럽의 상황은 어떨까? 1973년 독일의 주류회사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 예거마이스터와 에너지음료 레드불을 섞어 만든 '예거밤'은 젊은이들에게 파티용 술로 사랑받고 있다)는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의 셔츠 스폰서가 되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셔츠 스폰서십 계약이었다. 예거마이스터는 훗날 클럽의 이름을 아예 ‘아인트라흐트 예거마이스터’로 개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1983년 독일축구협회의 승인 거부로 성공하지 못했다.
클럽의 생존을 위해서 스폰서의 이름을 계약 기간 팀 이름에 집어넣는 것은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아니면 지나친 상업화 방지와 축구의 고결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답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스폰서의 명칭이 팀 이름에 들어가면 커다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알아보자.
이정우 경영학 박사(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November 02,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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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축구의 스폰서십은 상업성과 고결성의 대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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