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검찰의 정보수집 기능에 대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의 전면 폐지를 권고했다. 검찰개혁을 위해선 직접수사를 지원하는 부서들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 안팎에선 "팔·다리를 묶은 데 이어 검찰의 눈까지 가리려 든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개혁위 "검찰 정보수집 기능 즉시 폐지하라"
개혁위가 권고한 폐지 대상으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및 수사정보1·2담당관▶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산하 수사정보과·수사지원과 및 광주지검·대구지검의 각 수사과 등의 정보수집 기능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해 2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지시로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하고 문제로 지적돼 온 동향 정보 수집 등을 전면 폐지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정보 기능은 범죄 수사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담당 인원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혁위는 "(정보 수집 인원이)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된 직후 15명 정도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28일 현재 3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보조직의 특성상 인적 규모나 업무 내용을 임의로 확대할 경우 다른 기관이나 외부에서 인지할 방법이 없어 민주적 통제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동향파악' 목적의 정보보고도 금지했다. 정·재계와 정당·사회단체 동향을 수집해 보고하면 '하명 수사'로 이어질 수 있고 대검 등이 직접수사 권한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개혁위는 '사회적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당·사회단체의 동향이 사회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각급 검찰청장이 정보보고를 해야 한다는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정보수집 기능 폐지로 남게 되는 인력은 형사부·공판부 등에 투입하도록 권고했다.
檢 반발 조짐…"부패는 쉽게, 적발은 어렵게"
검찰 정보파트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수사 축소로 검찰의 팔·다리를 묶은 데 이어 정보 부서 폐지로 눈까지 가리려 든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직접수사 축소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 대구지검에만 각각 특수부를 남기고 모두 폐지했다"며 "범죄 첩보 수집을 금지할 경우 최소한의 인지 수사도 개시할 수 없고 고소·고발 사건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범죄 첩보 수집을 금지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간부급 검사는 "고위 공무원의 부패 사건이나 기업의 시장경제를 해치는 부정행위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부패는 쉽게, 적발은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개혁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가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검찰은 문무일 전 총장 부임 이후 문제가 돼 온 각 분야의 동향 정보 수집을 원천 폐지한 상태"라며 "현재 검찰 정보 기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권고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범죄정보과'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검찰의 정보조직은 문 전 총장 시절 '수사정보과'로 이름이 바뀌었고 역할과 기능도 많이 축소됐다. 문 전 총장 취임 직후엔 대검 범죄정보과 사무실 폐쇄와 함께 수사관 수십명에게 "컴퓨터에 손대지 말고 원소속 청으로 돌아가라"는 전보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김기정·윤상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2019-10-28 09:21:1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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