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포토라인 세워라”… 靑청원 203만명 역대최다
경찰, 24일 신상정보 공개여부 결정 20일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
한 여성단체가 온라인으로 접촉한 A 씨는 거침이 없었다. 대뜸 “아동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50GB 용량의 성 착취 동영상을 6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A 씨는 이 동영상을 “(박사)방이 폭파되기 전에 받아 뒀다. ‘박사야’라는 폴더에 모아 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지금도 소셜미디어에서 이 같은 영상 판매 제안은 금방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영상과 사진 등을 제작 판매해 논란을 빚은 ‘박사’ 조모 씨(26)가 19일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그와 일당이 남긴 불법 성 착취물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여성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트위터나 텀블러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영상판매’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텔레그램 등의 아이디를 소개한다.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며 일대일로 말을 걸면 곧바로 영상과 사진들이 담긴 폴더 리스트를 보낸다고 한다. 폴더에는 A, A+, S, S+ 등의 알파벳이 적혀 있다. 피해 여성들의 외모를 자기들 마음대로 등급을 매겨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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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흥정하는 걸 보면 거래에 매우 능숙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여러 성 착취물을 한꺼번에 사면 가격을 깎아 주기도 한다. 구매를 망설이면 “답장 좀 달라. 답장을 주면 더 깎아 주겠다”며 유혹한다고 한다. 거래는 여러 사람에게 공개된 소셜미디어에서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일대일 대화방이나 비공개 대화방에서만 은밀하게 진행한다. 여성단체가 접촉한 또 다른 거래자 B 씨는 “절대 걸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B 씨는 성 착취물의 가격을 안내한 뒤 “파일을 다 저장하고 바로 대화방을 삭제하면 아무도 구매 사실을 모른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가 운영했던 ‘박사방’을 최대 수만 명이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박사방 등의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에서 파일을 확보한 이들 가운데 2차, 3차 판매에 나선 사람의 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 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는데도 여전히 이런 거래가 지속되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취득한 성 착취물을 소지하거나 누군가에게 유포 및 판매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최근까지 조 씨를 포함해 텔레그램 내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소지 및 유포한 124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피해 여성들뿐만 아니라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도 협박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에 입장하는 이들에게 돈은 물론이고 개인정보도 받아낸 뒤 이를 약점으로 삼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 씨 일당이 소지한 피해 여성들의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 조치하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이미 유포된 영상물을 삭제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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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2 18: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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