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신상 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조주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근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살인범 등 흉악 범죄자가 아니라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에 근거해 성범죄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번째 사례다. 성폭력처벌법 25조는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를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지자 주범으로 지목된 ‘박사’ 조씨뿐만 아니라 성 착취 동영상이 공유된 텔레그램 채팅방에 입장료를 내고 가입한 이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0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날 오후 3시까지 18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그들은 그 방에서 피해자들의 신상정보와 얼굴을 모두 공개한 채로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성범죄 현장을 영상으로 중계하고 시청한 이들”이라며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달라”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국민 요구에 어긋나지 않게 불법 행위자들을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사방’ 등 텔레그램 채팅방에 가입한 회원들도 신상 공개 대상이 될까. 일단 ‘n번방’ 회원들은 그동안 살인자 등 흉악법 신상공개에 적용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아니라 조씨에게 적용된 ‘성폭력 처벌 특례법’에 의해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텔레그램 채팅방에 입장한 이들의 신상공개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하도록 방조하고, 다운로드 받은 이들 모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먼저 나온다. 성폭력 처벌법에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때는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일단 가입자가 미성년자라면 신상 공개 대상은 아닌 셈이다. 성인이라도 조씨처럼 중대한 범죄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텔레그램 채팅방 내부에서 범죄에 적극적으로 범죄 행위에 가담한 이들에 대해서는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신상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범죄 대상이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인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같은 형태의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관련자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력자, 영상 제작자, 영상 소지자 등 가담자가 많기 때문에 신상공개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 여론을 고려해 가담자들의 신상정보를 폭넓게 공개하되 범행 수법과 증거 등을 따져 기준을 세부적으로 설정해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2020-03-24 09:35:4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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